강의 오디오 듣기(팟캐스트)

물은 생명

물이 귀했던 시절, 동네마다 지게로 물을 지고 돌아다니던 물장수가 있었습니다. 물이 흔한 요즘에는 사람들이 물 한 바가지를 우습게 생각하겠지만, 한 동이의 물도 사서 밥 짓고 국 끓이는 데 사용했던 과거에는 물이 정말 소중한 자산이었습니다.

물은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면 아무리 건장한 사람이라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령이 물로 표현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성령을 나타내는 생수 이야기의 시작은 요한복음 4장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이 친히 야곱의 우물가로 가서 만나셨던 사마리아 여인은 기구한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고, 예수님께서 그 여인를 만나셨을 당시에 함께 살고 있던 남자도 진짜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생계형 창녀였거나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는 헤픈 여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광야에서 물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물이 없다는 건 바로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타는 듯한 한낮에 물을 달라고 요청하셨을 때 그녀는 단순히 낯선 나그네에게 물 한 바가지를 주는 관계를 넘어 그의 생명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생사여탈의 지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입에서 말이 곱게 나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요한복음 4장 9절) ‘행색이 초라한 유대인 양반이 어찌 나 같은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구걸하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속으로 의아해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요한복음 4장 10절) 그녀에게 생수는 무엇이었을까요? 자신의 삶에서 오는 권태감와 무력감, 관계에서 오는 자괴감을 해결할 수 있는 영의 생수였을 것입니다. 그녀의 영적 갈증은 예수님께서 “네 남편을 불러오라”(요한복음 4장 16절)고 했을 때 극에 달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예수님께서 선언하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한복음 4장 13〜14절) 매일 우물에서 마실 물을 길어야 했던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 선언은 매우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그 여인의 과거를 일기장 보듯이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녀가 차마 자신의 입으로 뱉을 수 없었던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그날 처음 만났던 낯선 나그네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남편을 언급하신 것은 그녀에게 면박을 주기 위해 일부러 하신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받을 생수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분명하게 이해시키시려고, ‘통을 가져오라, 그러면 생수를 줄 테니’라는 의미로 그 여인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오라”고 하신 것입니다. “나는 남편이 없나이다”라는 그녀의 대답은 ‘저는 그 생수를 받을 통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녀가 가진 것이라고는 다섯 개의 오물통밖에 없었습니다. 더러운 통에 생수를 담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여인은 아마도 남편에 대한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나 봅니다. 갑자기 대화의 화제를 바꿉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요한복음 4장 20절) 당시에 한창 논쟁 중이었던 예배 장소에 대한 그녀의 뜬금없는 질문에 예수님께는 ‘장소’는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때’가 중요하다는 동문서답으로 응대하십니다. “장소가 아니라 중요한 건 시간이란다.”

그러시면서 주님께서는 “아버지께 참으로 예배하는 자들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오”(요한복음 4장 23절)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 ‘신령(神靈)’이라고 번역된 말은 본래 ‘영’이란 단어입니다. 그리고 ‘진정(眞情)’이라는 말은 ‘진실’ 혹은 ‘진리’라고 번역할 수도 있는데 같은 용례의 단어들이 신약에 많이 쓰였습니다.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여기에 분명히 신령과 진리 안에서 예배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령은 성령이고, 진리는 예수님 자신이십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주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네게 말하는 내가 그라.”(요한복음 4장 26절) 여인은 드디어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들고 있던 오물통을 메시아의 피로 깨끗하게 씻고 그분이 주시는 생수를 담을 때에 구원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께서 생수와 같은 성령을 통에 담아야 진리이신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명확하게 가르쳐주신 장면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메시아를 만났습니다. 진리의 물장수이신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하니.”(요한복음 4장 28〜29절)

여러분 모두 생수이신 성령님을 가슴에 담고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귀한 경험을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요한복음 4장 9절
• 요한복음 4장 10절
• 요한복음 4장 16절
• 요한복음 4장 13〜14절
• 요한복음 4장 20절
• 요한복음 4장 23절
• 요한복음 4장 26절
• 요한복음 4장 28〜29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