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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주 예수님
이번 글에서는 ‘예수님의 믿음’이라는 표현의 두 번째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영어도 그렇지만 헬라어에서 ‘〜의’라는 소유격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흔히 말하는 목적격으로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라는 뜻이 될 수 있고 또 주격으로 ‘예수님이 가지신 믿음’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14장 12절 을 흠정역(KJV)은 본래 ‘페이스 오브 지저스(faith of Jesus)’라고 문자적으로 번역했는데 요즘 나오는 영어 성경들은 대부분 ‘페이스 인 지저스(faith in Jesus)’, 즉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풀어서 번역하고 있습니다. 한글 개역개정 역시 ‘예수에 대한 믿음’으로, 새번역은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번역하여 이런 추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특히 감리교회 쪽에서는 ‘예수님의 믿음’을 ‘예수님 자신의 믿음’이라고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은 것 같고 장로교회나 유럽 쪽에 있는 신학자들은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진 표현으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두 가지 의미가 다 가능하다는 점을 성경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히브리서 12장 2절에 “믿음의 주요 또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는 말씀이 있습니다. 본문에 ‘믿음의 주’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에는 헬라어로 ‘퀴리오스(κύριος)’가 아닌 ‘아르케고스(Ἀρχηγός)’라는 독특한 단어가 쓰였습니다. ‘아르케고스’는 ‘근원’, ‘시작’을 뜻하는 ‘아르케(ἀρχή)’에서 나온 단어인데 그리스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반면 그 뒤에 나오는 ‘온전케 하시는 이’는 ‘텔레이오테스(τελειωτής)’를 옮긴 표현으로 ‘끝’을 뜻하는 ‘텔로스(τέλος)’에서 나왔습니다. ‘텔레이오테스’는 ‘끝을 내다’라는 의미의 동사 ‘텔레이오오(τελειόω)’의 명사형입니다. ‘아르케고스’와 ‘텔레이오테스’는 서로 대조를 이루는 단어들입니다.
요한복음 5장 30절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히 “나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스스로 완전한 의탁의 믿음을 보이신 것입니다. 빌립보서 2장 6〜9절에도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진정 모든 것을 하나님의 손에 맡기셨습니다. 마지막 운명하실 때조차 자신의 생명까지 하나님께 맡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누가복음 23장 46절) 예수님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의 용사(勇士)이셨습니다. 하나님으로서의 신성과 하늘의 모든 권세를 비우시고 인간으로 오셔서 죄인을 대신하여 믿음으로 사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스스로 믿음의 시작과 끝을 끌고 가시는 분이심을 입증하셨습니다.
‘믿음의 시작과 끝인 예수님을 우리가 바라보자.’ 왜냐하면 히브리서 11장에 허다한 믿음의 증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허다한 증인들 앞에서 믿음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시는 마에스트로가 바로 예수님이시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믿음을 시작하신 이가 바로 예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소명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의 뜻과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디모데후서 1장 9절) 영원 전부터 시작된 믿음이 십자가에서 완성되었습니다. “다 이루었다!”(요한복음 19장 30절) 영원 전부터 아버지 손에 자신을 제물로 맡기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으로 완전한 믿음의 모본을 보이신 것입니다.
성경구절
- 요한계시록 14장 12절
- 히브리서 12장 2절
- 요한복음 5장 30절
- 빌립보서 2장 6〜9절
- 누가복음 23장 46절
- 히브리서 11장
- 디모데후서 1장 9절
- 요한복음 19장 3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