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사랑의 믿음

by blogmaster posted Sep 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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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과 진실’

이전 글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단번에 주신 믿음’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사랑의 증거라고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구약과 신약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된 이 ‘믿음’이라는 단어가 사랑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믿음’을 히브리어로는 ‘에무나(אֱמוּנָה)’라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에무나’는 ‘아만(אָמַן)’이라는 동사에서 파생한 명사입니다. 우리말 성경에는 에무나를 ‘신실’, ‘성실’과 같은 단어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단어가 ‘에메트(אֶמֶת)’라는 단어입니다. 에무나와 마찬가지로 아만 동사에서 파생된 에메트는 ‘신실’, ‘진리’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성경(Complete Jewish Bible)은 디모데후서 3장 15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에서 ‘믿음’을 ‘에무나’로 번역한 반면에 요한복음 14장 6절“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할 때에는 ‘진리’라는 단어를 ‘에메트로’ 번역했습니다. ‘에무나’와 ‘에메트’는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을까요?

‘에무나’는 변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고 ‘에메트’는 변하지 않는 결과를 나타내는 말이라 볼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학자들이 여러 면으로 설명을 하지만 거의 일맥상통하게 예수님은 그분의 말씀을 통해서 변하지 않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이나 사랑 역시 변치 않는 것입니다. 신약으로 넘어오면 믿음을 지칭하는 단어로 ‘피스티스(πίστις)’가 있습니다. 이 ‘피스티스’는 똑같이 ‘피스튜오(πιστεύω)’라는 동사의 명사형입니다. 피스티스라는 단어가 히브리어로 ‘에무나’입니다. 에메트는 헬라어로 ‘알레쎄이아(ἀλήθεια)’로 옮길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한 진리가 아니라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쳐서 확실하게 변치 않는 사실을 말합니다.

실제로 피스티스의 형용사가 ‘피스토스(πιστός)’인데 성경에서 많은 경우에 ‘충성된(faithful)’, ‘믿음직한(reliable)’이란 말로 번역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 믿을 만해.’ ‘그 사람은 무슨 일을 맡겨도 틀림없이 해낼 사람이야.’ 이런 식으로 우리가 믿음직한 동료나 친구를 생각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피스토스’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가리켜 ‘충성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요한계시록 3장 14절입니다. 예수님을 가리켜 “아멘이시요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요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충성되고’라는 표현이 바로 ‘피스토스’입니다. 또한 요한계시록 19장 11절 이하를 보면 예수님이 백마를 타시고 악의 군대와 더불어서 전쟁을 하시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분의 이름이 ‘충신과 진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보라 백마와 그것을 탄 자가 있으니 그 이름은 충신과 진실이라 그가 공의로 심판하며 싸우더라.”(요한계시록 19장 11절) 여기 나오는 ‘충신’이 바로 ‘피스토스’이고 그 옆에 ‘진실’이 ‘알레쎄이아’의 형용사형인 ‘알레쎄이노스(Ἀληθινός)’입니다.

마지막 날 예수님의 이름이 분명히 ‘충신과 진실’이라고 나옵니다. 히브리어로 ‘에무나’이고 헬라어로 ‘피스토스’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이름을 쓰실 수 있는 이유는 십자가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성실’ 혹은 ‘믿음 있는’이라는 표현은 모두 십자가를 염두에 두고 쓰인 말씀들입니다. 그분의 삶 자체가 우리를 향한 변할 수 없는 사랑의 신실함, 성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에는 신실하신 예수님을 두고 이렇게 찬양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히브리서 13장 8절) 여기서 말하고 있는 ‘동일하다’는 표현은 그분의 존재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뜻입니다. 병자들을 측은하게 여기셔서 친히 치료하시고 죄인들을 사랑하셔서 함께 먹고 마시며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끝내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신 그 사랑이 영원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사랑이 ‘에무나’와 ‘피스티스’로 설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은 주시는 사랑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랑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를 결코 버리시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돌아가셔야만 했던, 그 변하지 않는 사랑을 우리 모두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디모데후서 3장 15절
  • 요한복음 14장 6절
  • 요한계시록 3장 14절
  • 요한계시록 19장 11절
  • 히브리서 13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