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 드리는 모든 소제물에는 누룩을 넣지 말지니
이번 글에서는 화제 중에서 소제에 대해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위기 2장 1〜2절에는 소제에 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합니다. “누구든지 소제의 예물을 여호와께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로 예물을 삼아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또 그 위에 유향을 놓아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 고운 가루 한 움큼과 기름과 그 모든 유향을 가져다가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화제(火祭) 중에서 곡식을 빻은 가루를 제물로 드리는 제사는 바로 이 소제(素祭)가 유일합니다. 소제도 화제의 일종이기 때문에 불로 태워야 합니다. 소제는 보통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제사에 부가적으로 붙여 드리는 제사로 활용되었습니다. 유대인들의 제사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소제가 ‘추수감사제’의 일종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제도 엄밀히 말하면 속죄를 위해 드려진 제사의 하나였습니다.
소제가 드려질 때에는 조건이 있었는데, 제물로 드려지기 전에 빻아야 한다는 것과 그 안에 누룩이나 꿀이 섞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희가 여호와께 드리는 모든 소제물에는 누룩을 넣지 말지니 너희가 누룩이나 꿀을 여호와께 화제로 드려 사르지 못할지니라.”(레위기 2장 11절) 일반 번제나 화목제, 혹은 속죄제를 드릴 때 제물은 반드시 흠이 없는 것으로 드려야 했는데 이는 예수님의 죄 없으심[無欠]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제를 드릴 때에는 누룩을 넣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네가 화덕에 구운 것으로 소제의 예물을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에 기름을 섞어 만든 무교병이나 기름을 바른 무교전병을 드릴 것이요.”(4절)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을 내버리라 우리의 유월절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느니라.”(고린도전서 5장 7절)
레위기 본문을 보면 소제를 위해 무교병을 만드는 것에 관하여 자세한 사항이 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말 그대로 무교병(無酵餠)은 ‘누룩[酵]이 없는 빵’을 일컬었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살을 상징하는 동시에 구속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상세한 내용을 모세에게 지시하셨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에, 정확하게는 1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무교절에 무교병을 먹었습니다. 당시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던 유대인들이 유월절 밤에 양을 잡아 급히 먹고 허리에 띠를 띠고 지팡이를 짚고 멀리 이사를 갈 준비를 하면서 무교병을 만들었습니다. 광야에서는 떡을 반죽할만한 곳이 없고 보관도 어려웠기 때문에 우리로 보자면 딱딱한 ‘건빵’과 같은 무교병을 먹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무교병을 예수님께서 유월절 마지막 만찬에 잡수셨습니다. “그들이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르시되 받아서 먹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6장 26절) 예수님께서 떼어주신 떡 역시 무교절에 먹던 바로 그 떡이었습니다. 그런데 알알이 부서진 곡식가루로 만들어진 소제를 예수님께서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몸이 하나님의 율법에 의해서 마치 곡식처럼 절구통에 넣어져 사정없이 부서진 것입니다. 예수님의 몸이 다 으깨지고 짓이겨져 가루처럼 완전히 빻아져서 하나님 앞에 드려진 것입니다. 그 가루로 만들어진 무교병을 두고 “이는 내 몸이다!”라고 외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은 율법의 저주로 자신의 몸이 쪼개지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완전히 분리되는 영적인 고통도 같이 있었음을 소제는 보여줍니다. 하나님 앞에 부서진 곡식가루가 타들어가는 냄새를 두고 하나님께서는 ‘향기로운 냄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아들의 살점이 타는 냄새를 두고 하나님의 진노를 삭이는 냄새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육체에 이르러오는 아픔은 영적인 고통에 비해 그나마 참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우리 모두 소제에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레위기 2장 1〜2절
- 레위기 2장 11절
- 레위기 2장 4절
- 고린도전서 5장 7절
- 마태복음 26장 2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