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만남의 장소, 회막

by blogmaster posted Sep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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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가는 제사’

이제부터는 성소에 나타난 제사들의 의미를 하나씩 찾아볼까 합니다. 성소에서 불을 가지고 제물을 태운다고 해서 성경은 제사를 기본적으로 ‘화제(火祭)’라고 부릅니다. 특별히 화제의 종류를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화제가 바로 ‘번제(燔祭)’입니다. 번제는 히브리어로 ‘올라(עֹלָה)’라는 말로 불렸는데 이 뜻은 공교롭게도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올라가다’는 의미입니다. 이 번제를 우리나라말로는 ‘태울 번(燔)’ 자를 써서 번제라고 부르지만 성경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제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번제를 두고 흔히 ‘전제(全祭)’라고도 불렀는데 전부 다 남김없이 다 불태워서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위기 1장 9절은 전제를 두고 “그 내장과 정강이를 물로 씻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전부를 단 위에 불살라 번제를 삼”으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 화제는 ‘소제(素祭)’입니다. 이 소제라는 말은 우리말로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소는 ‘흰 소(素)’ 자를 쓰는데 하얀 곡식가루를 제물로 드리는 제사를 말합니다. ‘부가 제사’라고도 불렀는데 단독으로 드리기보다는 보통 번제나 화목제 같은 다른 제사에 덧붙여 드려졌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생겼습니다.

세 번째 화제는 ‘화목제(和睦祭)’입니다. 이 화목제를 히브리어로는 ‘쇌라밈’이라 불렀는데 이 말은 평화를 뜻하는 ‘샬롬(שָׁלוֹם)’의 복수형입니다. 이 화제가 화목제로 불리는 이유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다시 평화롭게 이어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다보면 이 제사를 가리키는 ‘희생’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 ‘희생’이라는 뜻의 ‘제바흐(זֶבַח)’가 화목제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쓰였습니다.

네 번째 화제는 ‘속죄제(贖罪祭)’라는 제사입니다. 속죄제는 ‘하타아(חֲטָאָה)’라는 단어를 썼는데 본래 이 단어는 ‘죄’를 뜻했습니다. 따라서 ‘속죄제를 드린다’는 말은 ‘죄를 드린다’는 말과 같습니다. 속죄제의 과정과 기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속죄제는 속죄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제사입니다. 어떻게 하나님께서 죄를 처분하시는지 속죄, 곧 죄를 없애버리시는 전 과정이 속죄제 속에 나와 있습니다.

유일하게 속죄제만 제물의 피가 성소 안으로 옮겨지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먼저 살펴본 세 가지 제사는 번제단에서 종결되지만 속죄제만큼은 성소 안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속죄제 안에 우리가 다섯 번째 화제라고 부를 수 있는 ‘속건제(贖愆祭)’라는 제사가 들어있습니다. 히브리어로는 ‘아샴(אָשָׁם)’이라고 하는데 ‘부끄러운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제사는 흔히 ‘배상 제사’라고 하는데 값을 물어주는 제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 주로 하나님의 것이나 이웃의 물건에 손실이나 손괴를 내었을 때 단순히 용서만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배상까지 해야 하는 제사입니다. 학자에 따라 이를 속죄제의 일종이라 보기도 하고 속죄제와 구별해서 다른 종류의 제사로 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제사를 각각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님의 일생을 사방에서 보고 기록한 마태와 마가, 누가, 요한, 이 네 사람의 기록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각 방면에서 바라보는 이야기가 제사의 여러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레위기 1장 1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일러 가라사대”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제사제도를 설명하시는데 하나님께서 모세를 회막에서 부르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회막, 즉 만남의 장소에서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것입니다. 출애굽기 25장 8절 말씀에는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이 나를 위하여 짓되”라고 되어 있습니다. 구약의 성소는 하나님이 우리와 같이 사시는 신방(新房)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 성막을 부를 때에 ‘증거의 장막’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여기서 ‘증거’는 출애굽기 31장 18절에 등장하는 증거의 두 판, 즉 하나님께서 우리와 결혼하셨다는 것을 증언하는 십계명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언약의 비석’이 지성소 안 법궤에 들어있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성소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부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증거의 장막’이나 ‘언약의 장막’이라는 표현도 있고 레위기 1장 1절에 나오는 ‘회막’, 영어로 ‘텐트 오브 미팅(tent of meeting)’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성소는 주님께서 친히 우리와 만나시는 장막입니다. 이 회막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죄를 다 태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레위기 1장 9절
  • 레위기 1장 1절
  • 출애굽기 25장 8절
  • 출애굽기 31장 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