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칭의의 주체이신 예수님

‘믿음’이란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는 행위

언제나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믿음’이란 하나님께 완전히 맡기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분의 손에 우리의 인생을, 죄의 본성과 양심을 맡길 수밖에 없는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하나님께 완전히 맡길 때 속량을 통해 아무런 공로없이 의롭다고 선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로마서 3장 24절) 여기서 ‘속량(贖良)’은 노예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말입니다. 몸값이 해결된 노예는 자동적으로 ‘자유인(free man)’이 됩니다. 우리가 저지른 모든 죄를 예수님께 가져가면 그분이 우리를 대신해서 죄의 값을 치르셨다고 공표하시고 죄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십니다.

여기서 ‘의롭다’는 말은 과연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요? 헬라어로 ‘디카이오오(δικαιόω)’라는 말이 나오는데, 동사 뒤에 붙어있는 ‘오(-ω)’라는 단어는 ‘만든다(make)’는 뜻의 동사형 어미입니다. 말 그대로 ‘의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 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께서 만들어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칭의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예수님이십니다. 명사형 ‘의’는 헬라어에서 일반적인 말로 ‘디카이오수네(δικαιοσύνη)’라고 하는데, 영어로 ‘라이쳐스네스(righteousness)’, 즉 ‘의의 상태’를 가리킵니다. 또한 ‘의의 열매’를 뜻하는 단어는 ‘디카이오마(δικαίωμα)’라고 하는데, 로마서 8장 4절에서는 ‘율법의 요구’라는 말로, 요한계시록 19장 8절에서는 ‘성도들의 옳은 행실’로, 요한계시록 15장 4절에서는 ‘주의 의로우신 일’로 각기 번역되었습니다. 모든 걸 종합하면 이 단어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셨던 의를 가리킵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은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그분이 우리 안에서 하시는 행위입니다. 주님께서 역사하시는 능력을 우리는 그저 받을 뿐입니다. 그 받는 손을 우리가 흔히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구원의 근거는 우리의 믿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구원의 은혜를 받으려고 ‘벌린 손’에 불과한 것입니다. 구원은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은혜로 누구에게든 차별없이 주어집니다. 예수님을 거절했던 가룟 유다처럼 구원의 은혜를 받으려고 손을 벌리지 않는 그런 불쌍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구원이 가능해진 이유는 로마서 3장 25절의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화목제물로 바쳐지셨기 때문입니다.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써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제물로 세우셨으니 이는 하나님께서 길이 참으시는 중에 전에 지은 죄를 간과하심으로 자기의 의로우심을 나타내려 하심이니.” 여기에 등장하는 ‘화목제물’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힐라스테리온(ἱλαστήριον)’인데, 이 단어가 히브리서 9장 5절에는 ‘속죄소(贖罪所)’라는 표현으로 쓰였습니다. “그 위에 속죄소를 덮는 영광의 그룹들이 있으니 이것들에 관하여는 이제 낱낱이 말할 수 없노라.” 속죄소는 유대인들의 장막인 성소를 지나 지성소 안에 있었습니다. 속죄소는 심판의 자리가 아니라 죄를 씻어내고 없애는 자리입니다. 히브리어로 속죄소(캅보레트)는 ‘카파르(כָּפַר)’라는 동사의 명사형입니다. ‘죄를 덮어 지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25절에 ‘간과하다’라는 말은 헬라어로 ‘파레시스(πάρεσις)’인데, 이 말은 ‘넘어가다’ ‘지나가다(let go)’라는 뜻을 가진 명사입니다. 이 말은 구약성경에 ‘아바르(עָבַר)’라는 동사와 같은 맥락의 단어인데, 유월절 문설주에 바른 피를 보고 주의 사자가 ‘지나갔다(pass,출12:12)’라고 말할 때 쓰인 말이었습니다. 25절에서 ‘간과하다’란 말은 한마디로 우리의 죄를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준다는 의미입니다. ‘용서한다’는 말을 ‘죄를 간과한다’는 말로 사용한 것입니다. 바울은 로마서 7장 25절에서 하나님의 의를 나타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칭의란?

칭의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인간의 모든 영광을 티끌 속에 내던지고 인간이 스스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인간을 위해 행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는 날마다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 우리의 죗된 이기적인 본성을 끊임없이 맡기는 것이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시작입니다. 단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일입니다.

요한복음 12장 23절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도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기서 ‘영광을 얻을 때’는 죽을 때를 말합니다. 정말 드라마틱하고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바로 뒤에 밀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한복음 12장 27〜28절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를 위하여 이때에 왔나이다.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 하시니 이에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가로되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 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 하신대.” 영원한 죽음에 자신을 던지시며 불쌍한 자식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부탁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내가 영광스럽게 되었다고 선언하십니다. 이 말은 예수님께서 이 땅에 아기로 오셨을 때를 일컫는 것입니다. 하늘에서는 노래가 울렸죠.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여러분 모두 오늘 자신의 죗된 본성을 주님께 다 맡기고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의 경험을 하시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로마서 3장 24절
• 로마서 8장 4절
• 요한계시록 19장 8절
• 요한계시록 15장 4절
• 로마서 3장 25절
• 히브리서 9장 5절
• 출애굽기 12장 12절
• 로마서 7장 25절
• 요한복음 12장 23절
• 요한복음 12장 27〜2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