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르심을 받은 성도는 누구인가?

'거룩'은 '구별되었다'는 뜻

사도 바울은 로마서 초입에 다음과 같은 안부를 전합니다. “로마에 있어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고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모든 자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로마서 1장 7절) 바울의 말대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당시 로마에 있던 그리스도인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역시 그러합니다.

그런데 여기 ‘성도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번역을 ‘성도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는 말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성경 원문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성도’는 헬라어로 ‘하기오이(ἅγιοι)’를 번역한 말입니다. 이 ‘하기오이’는 ‘하기오스(ἅγιος)’의 복수형으로 ‘거룩한 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이 단어 안에 ‘거룩한’, 곧 ‘구별되어 바쳐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깔려 있습니다. 신약에서도 구약과 마찬가지로 ‘거룩’은 ‘구별되었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죄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구별되어 바쳐졌다’는 뜻일 뿐입니다.

요한복음 17장 19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나를 거룩하게 하오니~” 거룩하게 하시는 분은 예수님뿐이십니다. 우리는 스스로 거룩하게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거룩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거룩함을 ‘입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십자가의 제물로 구별하여 바치셨기 때문입니다. 거룩함이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흔히 신학자들이 말하는 ‘신적 수동태(divine passiv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복음서에만 약 200회 이상의 신적 수동태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 5장 48절에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는 말씀에서 하나님께서 온전하게 ‘만들어 주시고’ 우리는 그 완전함을 ‘입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적 수동태는 복음서뿐 아니라 신약 전체에 등장합니다. 히브리서 10장 14절에도 보면 “저가 한 제물로 거룩하게 된 자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느니라.”는 말씀에서 이런 유례(類例)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적 수동태 개념은 우리에게 큰 은혜이자 복음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온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과연 특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우리 모두가 성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베드로후서 3장 9절에는 하나님께서 “~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신다고 나와 있습니다. 히브리서 2장 9절에도 분명히 예수님께서 “~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려 하~”셨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성도입니다. 로마서 15장 14절에 바울은 “내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 모든 지식이 차서 능히 서로 권하는 자임을 나도 확신하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로 믿음으로 권할 만큼 사랑에 깊이 젖어 있고 형제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감싸줄 수 있는 이들이 성도라고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은 교회에서 사랑이 점점 식어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하나님의 교회에 형제들의 사랑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구주를 사랑하노라고 공언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의 사귐으로 연합하고 사랑하기를 등한히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형제들에게 어떤 사랑으로 다가가고 있습니까?

사도 바울의 마지막 행적은 표면상으로는 활동적인 사업에서 차단된 것처럼 보였으나, 이전처럼 교회들 사이를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었던 때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감화를 끼쳤습니다. 자발적인 주님의 죄수로서 그는 형제들의 애정을 더욱 굳게 붙잡을 수 있었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속박되어 있으면서 기록한 그의 말씀은 그가 직접 성도들과 함께 있었을 때보다 그들로부터 더욱 큰 관심과 경의를 받았습니다. 우리도 바울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우리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우리의 전 영혼이 다 복음의 진리 앞에 반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경구절

• 로마서 1장 7절
• 요한복음 17장 19절
• 마태복음 5장 48절
• 히브리서 10장 14절
• 베드로후서 3장 9절
• 히브리서 2장 9절
• 로마서 15장 14절